금을 장기 보유하기로 결정하고 꾸준히 모아가고 있는 사람들 중에 마음 한편에 스멀스멀 피어오르는 불안감이 있는 사람도 있을 겁니다.
“정말 ‘금’ 하나에만 집중하는 것이 최선일까? ‘계란을 한 바구니에 담지 말라’는 격언처럼, 다른 자산과 섞어 위험을 분산해야 하는 건 아닐까?”
이런 생각은 특히 시장이 잠시 주춤할 때마다 저를 흔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불안감의 실체를 직접 확인해보고, 저의 투자 원칙을 다시 한번 검증해보기로 했습니다. 직접 가상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 과거 데이터로 성과를 비교해보는, 저만의 작은 실험을 시작한 것이죠.
저는 두 가지 포트폴리오를 설정했습니다.
- 포트폴리오 A: 저의 기본 전략인 ‘금 100% 포트폴리오’
- 포트폴리오 B: 금과 비슷한 귀금속인 ‘은(Silver)’과 대표적인 안전자산인 ‘미국 단기 국채(US Short-Term Treasury)’를 섞은 ‘혼합 포트폴리오’ (예: 금 60%, 은 30%, 미국 단기채 10%)
상식적으로 생각했을 때, 여러 자산을 섞은 ‘혼합 포트폴리오 B’가 변동성도 적고 안정적인 성과를 낼 것이라 기대했습니다.
하지만 꽤 오랜 기간의 데이터를 바탕으로 백테스팅한 결과는, 저의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금 100% 포트폴리오’의 최종 수익률이 혼합 포트폴리오보다 더 높았습니다.
더 놀라웠던 것은 안정성 지표인 MDD였습니다. 당연히 여러 자산을 섞은 쪽이 하락 방어를 더 잘 해줄 것이라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금 100% 포트폴리오의 MDD가 더 낮거나 비슷한 수준을 기록했습니다. 즉, 수익률은 더 높았지만 위험도는 더 높지 않았던 것이죠.
아래 그래프는 두 전략의 성과 차이를 한눈에 보여줍니다.


그래프를 보면, 검은색 선으로 표시된 ‘금 100% 포트폴리오’가 장기적으로 빨간색 선 ‘혼합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앞지르는 모습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요? 금은 그 자체로 강력한 안전자산이자 인플레이션 헤지 수단이지만, 은은 산업재 성격이 강해 경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단기 국채는 금리가 오르는 시기에는 오히려 가격이 하락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자산들이 각자의 단점을 보완해주기보다, 오히려 금이 가진 고유의 장점을 희석시키는 결과를 낳은 것입니다.
어설픈 분산 투자는 때로는 서로의 장점을 깎아 먹는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데이터로 직접 확인한 순간이었습니다.
오늘의 이 작은 실험을 통해, 저는 다시 한번 저의 첫 번째 원칙을 확고히 다지게 되었습니다.
‘금에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다른 생각에 흔들리지 말고 묵묵히 금 그 자체의 힘을 믿고 나아간다.’
물론 이 전략이 미래에도 100% 똑같은 결과를 보장하지는 않을 겁니다. 하지만 적어도 데이터에 근거한 명확한 원칙은, 시장의 소음 속에서 저의 마음을 지켜줄 가장 든든한 등대가 되어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