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사고팔까? 묻어둘까? 나의 첫 번째 원칙을 정하다

지난번, 인플레이션 시대에 내 자산을 지키기 위한 방법으로 ‘금’을 선택하고 KRX 금시장을 통해 투자하겠다는 결심을 기록했다. 계좌를 만들고 나니, 이제 진짜 중요한 질문이 눈앞에 나타났다.

“그래서, 이제 어떻게 운용해야 할까?”

시장의 흐름을 읽고 적극적으로 사고팔며 수익을 극대화하는 ‘트레이딩’의 길과, 묵묵히 금을 사 모으며 장기적인 가치 상승을 기다리는 ‘바이앤홀드’의 길. 두 가지 선택지 앞에서 한참을 고민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트레이딩에 마음이 기울었다. 주식처럼 차트를 보고, 특정 기술적 지표를 활용하면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래서 가장 널리 알려진 전략 중 하나인 120일 이동평균선 돌파 매매에 대해 깊이 파고들어 보았다.

120일선은 보통 6개월간의 평균 가격을 의미하기에, 시장의 장기적인 추세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지표다. 금값이 120일선을 뚫고 올라갈 때 매수하고, 아래로 꺾일 때 매도하는 단순하지만 강력한 전략. 이 원칙만 지킨다면 손실은 피하고 수익은 쌓아갈 수 있을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의 이 막연한 기대는 실제 데이터를 확인하며 완전히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시중에 공개된 여러 분석 자료와 백테스팅 데이터를 찾아보며, 나는 두 가지 전략의 과거 성과를 비교해 보았다. 그리고 꽤나 충격적인 사실을 발견했다.

단순히 금을 사서 꾸준히 보유하는 ‘바이앤홀드’ 전략의 최종 수익률이, 120일선 돌파 매매 전략보다 더 높았던 것이다.

금, 사고팔까? 묻어둘까? 나의 첫 번째 원칙을 정하다

물론 시장이 하락할 때 적극적으로 매도하는 트레이딩 전략이 손실을 더 잘 방어해 줄 것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투자 기간 중 가장 큰 손실 폭을 의미하는 MDD도 비교해 보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두 전략 간의 MDD 차이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잦은 매매가 반드시 위험을 줄여주는 것은 아니라는 의미였다.

오히려 잦은 거래는 추가적인 수수료를 발생시키고, 매매 타이밍을 놓칠 수 있다는 심리적 압박감까지 더해진다. 내가 금에 투자하기로 한 본질적인 이유, 즉 ‘인플레이션으로부터 내 자산의 가치를 안전하게 지킨다’는 대원칙과도 멀어지는 길이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첫 번째 금 투자 원칙을 세웠다.

“시장의 단기적인 흔들림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꾸준히 사서 묵묵히 보유한다. 나의 금 투자는 ‘바이앤홀드’다.”

물론 이 원칙이 미래의 절대적인 성공을 보장해주진 않을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시장의 소음에 휘둘리지 않고, 나의 자산을 가장 확실하게 지켜나갈 수 있는 길이라는 확신이 든다. 이제부터 나의 KRX 계좌는 단기적인 수익을 좇는 전쟁터가 아니라, 미래를 위해 차곡차곡 금을 쌓아나가는 든든한 금고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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